[구라탕] 창작과 노동

짱짱맨 단톡방에 올라온 링크를 타고 들어 갔다가 본 글 때문에, 주말엔 걍 멍하게 쉬려고 했던 계획을 잠깐 유보하고 이거 하나만 적기로 했습니다. ^^;;

그 글을 쓴 사람과 토론은 물론이고 엮이는 것도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댓글 대신 따로 적는 거라, 인용도 링크도 모두 안 하겠습니다. 간단히 내용만 요약하면, 스팀잇에선 창작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 글인데, 그 근거가 명확해야 뭔가 관심도 가고 흥미도 생기고 그 글을 놓고 고민도 하고 할텐데, 그렇지 않으니 그냥 오늘 구라탕의 주제를 끌어낸 단초 정도로만 생각하려구요.

창작과 노동이라고 제목을 붙여봤는데요, 우선 이 두가지에 대한 제 개념부터 정리를 해야겠지요.

  • 창작 :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활동
  • 노동 : 보수를 얻기 위해 생산에 참여하는 활동

이 두 주제가 워낙 범위가 넓기 때문에 생각들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전 큰 틀에서 위와 같다고 보고, 생각을 전개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창작과 노동의 관계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전 인간의 활동이란 점만 빼면, 둘 사이에 큰 연관성은 없다고 봅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죠. 물론 현실적으로는 두가지 활동이 뒤섞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혼동이 될 여지가 있지만, 그렇다고 둘이 합성이 되어 뭔가 새로운 개념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거죠.

어느 활동에 더 촛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창작을 하는 노동자 혹은 노동을 하는 창작자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두가지를 혼동할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작가가 글을 쓰는 과정은 창작이지만, 그 목적이 작품을 팔아 생계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는 거라면, 그는 노동을 하는 창작자인 것이고, 만약 방송에 필요한 대본을 쓰기로 방송국과 계약한 작가는 당연히 창작을 하는 노동자가 되는 겁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선 이 두가지를 의도적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혼동을 해서 ‘창작’은 ‘순수’와 연결이 되고, ‘순수’는 ‘무보수’와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방송작가라던가, 영상 제작자, 디자이너 등 창작의 요소가 과정 중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착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창작은 당연히 돈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 활동을 노동이라고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계량화 할 수도 있고, 적정한 보상 수준을 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실 속의 활동에 두가지 요소가 섞여있다고 해서 구분을 모호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내가 창작을 하던 복사를 하던 뭘 하던, 그 목적이 돈이라면, 그건 노동으로 보고 가격을 정하든 보수를 정하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지난 글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써 ‘창작’은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창작 활동 자체가 보수나 보상과는 관계가 없는 활동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뭔가 만드는 건 남이 만든 걸 쓰는 것과 비교해서 당연히 투입하는 자원이 많아지기 때문에 흔히 얘기하는 ‘가성비’가 나빠지기 때문입니다.스팀잇처럼 당장 다른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현실 세계에선 굳이 돈이 목적이라면, 창작을 하겠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맨 처음에 언급한 그 글에서 그나마 채택 가능한 주장은 스팀잇에선 ‘창작’엔 관심이 없다고 하는 부분인데, 이건 이미 백서에서도 밝히고 있는 내용이지만, 스팀잇에선 포스팅에 대한 보상을 노동에 대한 댓가로 보지, 창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라고 보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여기는 포스팅을 하는 노동을 평가 받는 곳이지, 작품을 사고 파는 갤러리가 아니라는 거죠.

즉 우리가 스팀잇에서 수익…이 아니라 정확하게 얘기하면 ‘수입’을 얻기 위해선 ‘노동을 하는 창작자’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창작을 하는 노동자’가 되어 보상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직접 만든 컨텐츠’ 밖에 없는 현재로선 말이죠. 그나마 다행인 건, 다시 말씀드리지만, 컨텐츠의 퀄리티를 보고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컨텐츠 제작 혹은 창작 노동에 대한 보수는 컨텐츠 제작 능력과 별개로 기대할 수 있다는 거죠. 단, 그 보수가 월급처럼 보장된 것이 아니라서, 우리가 현실 속에서 임금 노동자나 자영업 노동자로서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자본가 혹은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밀당을 해야 하듯, 여기서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서 그 보상을 얻어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렇게 따지면, 현실 자본주의 세계와 크게 다를 것도 없고, 특히 더 나쁠 것도 없구요.

어떻게 보면, 셀봇처럼 자신이 스스로에게 보상을 줄 수 있는 기능은 현실 자본주의보다 진일보한 면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누구에게나 컨텐츠를 생산한다는 게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표절이나 절도를 통한 시스템 악용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커뮤니티 발전을 막는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예전에 올린 글에서도 밝혔지만, 그래서 전 실물거래를 비롯해 서비스 제공처럼 수입을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 스팀잇을 본격적인 하나의 생태계라고 말하긴 어려울 거 같기 때문에 현실 세계의 잣대를 막바로 가져다 들이대면 이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우선은 활동 자체에 대한 가치는 스팀잇이 더 커지고 안정적이 되면 내부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될 것이고, 지금은 내 노동에 대한 1차적인 보상에 촛점을 맞추어 활동을 전개하는 게 합리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건 현실이나 가상이나 변할 이유 없는 원칙일테니까요. ^^;;

오늘 구라탕은 여기까지 입니다. 모쪼록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기 바라고, 마지막으로 그제 나갔다가 찍은 사진 하나 올립니다. 제가 처음에 이주하려고 했던 오키나와보다는 덜 하지만, 그래도 남쪽이라고 지난 여름, 자전거 주차장에서 만나는 엄청 큰 거미들 땜에 식겁할 때가 많았는데, 한동안 안 보니까 또 궁금해지더군요… ㅋㅋ 그러다 드디어 그제, 제 자전거 안장에서 거미 한 마리를 다시 만났습니다. 날이 확실히 풀려가고 있는 거 같네요. 풀리는 날씨처럼 고민들도 술술 풀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로 이 사진은 작품으로 찍은 건 아니라서 그냥 묻힐 예정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찍고 편집한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올리기로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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