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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를 살아보니, 과연 이곳은 내가 그 동안 살아왔던 곳과는 많이 다른 곳이란 느낌이 강해서 재미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런 상태인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나 인구밀도.

17년 현재 후쿠오카시의 인구는 약 156만명이고, 인구밀도는 1제곱 킬로미터 당 4,300여명이라고 한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 12,000명선이고, 아내의 고향 오사카가 11,000명선, 그리고 우리가 만나 함께 살던 뉴욕이 대략 10,000명선이라고 하니, 후쿠오카의 밀도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지역들과 비교해서 약 3분의 1인 셈인데,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는 그보다 훨씬 크다.

일본에 와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적 습관’. 무슨 전문적인 사회학 용어는 아니고, 그냥 사회적인 수준에서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어떤 행동들의 패턴 같은 걸 뭐라고 부를까 생각하다가 붙여 본 말이다. 여튼, 한 달여간 살아보면서 느낀 일본인들의 사회적 습관은 공공 장소에서 자신이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은 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운전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할 땐, 남들이 나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 지 계속 신경써야 했다면, 여기선 움직이는 동안 내가 남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 지 신경을 쓴다는 것. 대부분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하게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편한 것이었다.

얼핏 내가 내키는대로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이 더 편할 거 같지만, 길에서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이 한국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타인 여러명인데 반해, 여기선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나 한 명만 신경쓰면 되니까 생각보다 편했고, 이것이 고도화된 질서의식의 출발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기 맘대로 하는 일본인들도 당연히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여 그런 무경우를 경험하는 빈도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준에서 일본은 눈에 띄게 질서가 지켜지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이라는 생각.

여튼, 사람이 왠만큼 많지 않고서는 큰 불쾌감 없이 버틸 수 있는 곳이 일본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에다 사람까지 적으니 후쿠오카에선 더 이상 주말에 번화가에 가는 게 두렵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

후쿠오카에 온 뒤 첫 주말을 맞이했을 때, 우리는 후쿠오카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텐진에 가야 했었는데, 솔직히 난 좀 두려웠다. 아무리 일본이라고는 해도 주말의 하라주쿠나 시부야,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등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피곤함이 몰려왔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건 평일 홍대 앞 수준이었던 것. 그야말로 쾌적한 다운타운이었다.

가장 번잡한 곳인 텐진이 저 정도이니, 텐진에서 버스로 2~30분을 와야 하는 우리 동네는 인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야 할 지경. ㅋㅋ 40년이 넘도록 복잡복잡과 북적북적을 떼어놓고 산 적이 없어서 이런 여유로움이 잠깐동안 신기하고 흥미로운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일단은 그동안 쌓였던 피로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 머리 손질과 카메라 조사를 위한 텐진 나들이가 기대되는 밤이다. 🙂

동네 슈퍼 앞에서 바라 본 서쪽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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