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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정도를 살아보니, 과연 이곳은 내가 그 동안 살아왔던 곳과는 많이 다른 곳이란 느낌이 강해서 재미있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그런 상태인데, 그 중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나 인구밀도.

17년 현재 후쿠오카시의 인구는 약 156만명이고, 인구밀도는 1제곱 킬로미터 당 4,300여명이라고 한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 12,000명선이고, 아내의 고향 오사카가 11,000명선, 그리고 우리가 만나 함께 살던 뉴욕이 대략 10,000명선이라고 하니, 후쿠오카의 밀도는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지역들과 비교해서 약 3분의 1인 셈인데,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는 그보다 훨씬 크다.

일본에 와서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적 습관’. 무슨 전문적인 사회학 용어는 아니고, 그냥 사회적인 수준에서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어떤 행동들의 패턴 같은 걸 뭐라고 부를까 생각하다가 붙여 본 말이다. 여튼, 한 달여간 살아보면서 느낀 일본인들의 사회적 습관은 공공 장소에서 자신이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은 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운전을 하거나, 쇼핑을 하거나 할 땐, 남들이 나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 지 계속 신경써야 했다면, 여기선 움직이는 동안 내가 남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는 지 신경을 쓴다는 것. 대부분 그렇게 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하게 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편한 것이었다.

얼핏 내가 내키는대로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이 더 편할 거 같지만, 길에서 신경을 써야 할 대상이 한국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타인 여러명인데 반해, 여기선 내가 컨트롤이 가능한 나 한 명만 신경쓰면 되니까 생각보다 편했고, 이것이 고도화된 질서의식의 출발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기 맘대로 하는 일본인들도 당연히 있지만, 한국과 비교하여 그런 무경우를 경험하는 빈도가 무시해도 될 정도로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준에서 일본은 눈에 띄게 질서가 지켜지고 있는 사회가 된 것이라는 생각.

여튼, 사람이 왠만큼 많지 않고서는 큰 불쾌감 없이 버틸 수 있는 곳이 일본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에다 사람까지 적으니 후쿠오카에선 더 이상 주말에 번화가에 가는 게 두렵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

후쿠오카에 온 뒤 첫 주말을 맞이했을 때, 우리는 후쿠오카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텐진에 가야 했었는데, 솔직히 난 좀 두려웠다. 아무리 일본이라고는 해도 주말의 하라주쿠나 시부야, 오사카의 신사이바시 등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피곤함이 몰려왔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건 평일 홍대 앞 수준이었던 것. 그야말로 쾌적한 다운타운이었다.

가장 번잡한 곳인 텐진이 저 정도이니, 텐진에서 버스로 2~30분을 와야 하는 우리 동네는 인구와 관련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야 할 지경. ㅋㅋ 40년이 넘도록 복잡복잡과 북적북적을 떼어놓고 산 적이 없어서 이런 여유로움이 잠깐동안 신기하고 흥미로운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일단은 그동안 쌓였던 피로감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 머리 손질과 카메라 조사를 위한 텐진 나들이가 기대되는 밤이다. 🙂

동네 슈퍼 앞에서 바라 본 서쪽 하늘

기다림

어느덧 이민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더 이상 날 수를 표시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보여서 앞으론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해 그럴싸한 제목을 다는 걸로 분위기를 수정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제목을 ‘기다림’으로 한 건, 일본 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마무리 되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의 과정 중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정했다.

지금까지가 정해진 날짜나 기간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대략적인 기간만 있을 뿐, 명확히 지정된 날짜 없이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다. 물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성공적인 일본 정착이라는 것 역시 기약이나 보장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 익숙해져야 할 상황이긴 하다. 다들 아는 고사성어로 있는 척을 좀 하자면… 盡人事待天命.

여튼, 현재 나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그 ‘두 가지’는 바로 재류카드와 이삿짐이다. 이삿짐은 최악의 경우 싣고 오던 배가 침몰해서 다 잃어버린다고 해도 정착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더 애를 태우고 있는 건 역시 재류카드라고 할 것이다.

지난 월요일 드디어 후쿠오카 입국관리국에 가서 재류자격변경허가 신청을 하고 왔다.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좀 만만하게 생각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의외로 준비가 소홀했던 탓에, 막상 신청을 하러 가기까지 갑작스레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ㅠㅠ

만만하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보고 들은 바도 있고, 검색도 해 보니, 역시나 일본에서도 배우자 비자를 내어주는 데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결혼의 진위 여부. 만약 신혼부부였다면 모를까, 11년차인데… 하는 생각에 좀 느슨해졌던 거 같다.

지지난 주 한국 방문 전에 To do 리스트를 말끔하게 적어서 깔끔하게 일본 집에 두고 가는 바람에 ㅠㅠ 한국에 있던 내내 뭔가 빼먹은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장 핵심적인 서류라고 할 수 있는 가족관계 증명서와 혼인 증명서의 발급.ㅠㅠ 인터넷 출력을 바로 떠올렸지만, 동시에 떠오른 건, 마포 경찰서 민원실에서 들었던 ‘일본 면허증 바꿀 때, 인터넷으로 출력한 경력증명서는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던데요?’였다.

프린터도 이삿짐으로 오고 있어서 없었지만, 마포 경찰서 민원실 직원에게 들은 그 얘기 때문에 마음은 매우 망설임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ㅠㅠ 그렇다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을 하기도 죄송스럽고… 해서 일단 프린터를 검색했더니, 고맙게도 캐논에서 3만원대의 프린터를 만들어 팔아주고 있었다. 이제 입국관리국에서 받아만 준다면, 죄송스럽게 한국에 부탁해서 EMS로 받는 비용 정도로 여기에서 스무스하게 처리를 할 수 있는 건데… 다행히! 입국관리국 측에서 결혼 11년차라면, 이미 일본인 배우자의 호적에 결혼 관련 내용이 다 반영이 되어 있으니, 한국 측 서류는 참고만 할 뿐이라 인터넷 다운로드 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프린터를 사고, 유사 엑티브 엑스 파일들을 디립다 깔고 나서 가족관계 증명서와 혼인관계 증명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얘기. ㅋㅋ

솔직히 지금 같거나 혹은 비슷한 절차를 밟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 보기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고, 진짜 중요한 건 신청서를 어떻게 작성하였고, 주의할 것은 무엇인가…등등이라는 걸 잘 아는데, 아직은 나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라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열라 아는 척하고 다 적었다가 빠꾸를 먹으면 블로깅을 포기할 지도 모를 정도로 쪽 팔릴테니 말이다. 아내와 같이 질문서를 쓰고 이유서를 쓰면서 느낀 점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건 재류카드를 받고 나서 정리하는 걸로 하고, 만약 못 받으면… 그냥 제대로 준비를 안 해서 미끄러진 걸로 하려고 한다. ;;;

재류카드까지 나오고 좀 더 다양한 일본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정착기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일도 기다려야겠다.

이름이 길기도 하다. 재류자격변경허가신청서 ;;;

D+29

제목에 적은 D의 D-day는 17년 6월 27일. 그러니까, 후쿠오카 이민을 위해 처음 후쿠오카로 떠난 날을 의미한다. D-day로부터 23일간 미나미 후쿠오카역 근처에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전진기지 삼아 집과 기초적인 생필품 장만을 마치고, 지난 20일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일시 귀국을 하였고, 다시 한 번 스트레스 충만한 5일을 보낸 뒤, 드디어 어제 영구 정착을 위한 재입국까지 마쳤다.

후쿠오카 새 집에서 첫 밤을 지내고 일어난 소감은…’아츠이’;;;ㅠㅠ 떠나기 4일 전에 구입했던 에어컨이 우리가 한국에 다녀오는 일정 때문에 살짝 다시 밀려서 내일 오전에야 설치가 가능한 걸로 되어 버렸기 때문에, 오늘 하루 더 후끈한 후쿠오카의 여름을 맨 몸으로 버텨야 한다. ㅠㅠ 그래도 그것만 빼면 ‘매우 만족’. 🙂

지난 포스트를 올리기 전까지의 과정이 그냥 커피였다면, 이후 약 2주간의 과정은 그야말로 티*피였다고나 할까. 아내의 면허증이 나오고 전화까지 새로 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동안 눈팅만 해오던 가구며 가전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는데, 이어지는 검색과 발품에 입에서 단내와 더불어 왠지 욕이 나올 것만 같은 상태까지 가서야 테레비며, 냉장고, 소파 같은 물건들의 구비가 끝났고, 한 숨 돌릴만 하니,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 이삿짐을 부쳐야 할 시점이 되었다.

너어무 정신이 없어서 과정을 사진에 담을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고, 스트레스가 만땅이라 기록은 생략했기 때문에 나중에 짐이 무사히 오면 다시 포스팅을 할 계획이지만, 우체국에서 선편소포를 이용해 해외로 이삿짐을 보내면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송장이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우리는 송장 덕분에 27개의 박스를 모두 열었다 다시 싸야 했다. ㅠㅠ

6~7개의 박스를 열어서 내용물 갯수를 세고 다시 싸서 근처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 그나마 싼타모를 쓸 수 있어서 4번 정도만 나르면 되었는데, 결국 그 4번째는 출국 당일 오전에야 가능했기 때문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어서 당분간 필요 없…으면 좋을 정도로 충분한 스트레스의 세례를 받고 왔다. ㅠ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인천 공항에서부터 집에 오기까지 예상 외로 붐비지 않았고, 체류기간을 60일 이상으로 적고 입국하는 건 처음이라 조마조마 했는데, 역시 생각보다 수월하게 입국 허가를 받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입국 얘기만 간단히 더 하면… 예전에 체크리스트에서 적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 이주 과정에서 입국을 2번 하게 된 건 이삿짐 문제도 있었지만, 나의 체류 목적도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번 1차 체류 기간의 목적은 여행. (물론 이 때에도 23일을 적어냈기 때문에 입국 심사관이 누구랑 왔느냐 정말 목적이 관광이냐 등등을 물어 보았었다.) 그리고 이번엔 목적이 ‘친지방문’이다.

외국에서 한 10년을 살다보면, 특히 불안정한 체류신분으로 살다보면, 대략 이민관련 규정들에 대해 변호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되는데, 내가 파악한 바로는 입국 후에 체류 신분을 바꾸는 건 항상 입국 전에 해당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것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 간단히 얘기해서 입국 목적을 속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거 같은데, 여튼 관광으로 들어와서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는 것보다, 친지(배우자)를 방문하러 와서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는 게 보다 앞 뒤가 잘 맞는 모양새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입국 심사관은 65일이나 적어낸 체류 기간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냥 난 솔직하게 이번에 재류자격 변경을 신청할 거라고 했다. 처음에 입국 카드에 적어 낸 아내의 이름을 보고 관계를 묻는 질문이 귀에 쏙 들어오는 바람에 일본어로 대답했다가 갑자기 복잡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야스미’라는 단어가 들렸다.

아, 야스미는 휴식이라는 말이었던 거 같은데… 그냥 와이프 집에서 쉬는 거냐고 묻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심사관은 ‘야스미다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순간적으로 ‘야스미다케쟈나이데스’가 내 입에서 나왔다. 사실상 내 일본어는 거기까지였는데, 순서상 심사관은 ‘그럼 뭔 일로?’를 물어볼 차례이고, 난 휴식 이외의 이유를 들이대어야 했던 것.

일본말로 뭐라고 답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걍 영어로 이번에 재류자격을 변경 시도를 할 거라고 하고 덧붙여서 결혼 11년차고 한국에서 9년을 살았고 어쩌구 저쩌구 말을 많이 하니까 심사관이 살짝 상황을 수습하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서 무사히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ㅋㅋ 🙂

이제 넘어야 할 큰 산은 나의 재류카드 획득이다…인데, 일단 이번 주는 진짜로 좀 쉬기로 했다. 오늘은 에어컨이 없는데 무리하지 말고 그냥 선풍기와 테레비와 지내고, 서류를 작성하더라도 에어컨이 온 다음에 하려는 것. ;; 생각보다 터널이 길다는 생각에 끝이 보이니 더욱 조바심이 나고 피로가 쉽게 쌓이는 거 같지만, 그래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뿌듯함도 생기니 그걸로 힘을 내는 걸로.

파. 이. 팅.

파나소닉 밥솥을 업은 나의 마마챠리

D+12

한국에서도 버스 서너 정거장 거리는 걸어다니곤 했지만, 주요 이동수단은 역시 자동차였다. 그러다가…후쿠오카에 온 날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난 가장 적게 걸은 날이 약 7200보일 정도로 제대로 걸어다니고 있다. 최고 기록은 도착 다음날 집을 보러 다니면서 찍은 23,000보. 평발인 주제에 그렇게 바리바리 걸어다니면서 드디어 오늘 아내의 일본 면허증 발급까지 마쳤다.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대략 계획대로 진행이 되어 이제 아내의 휴대전화 개통만 하면, 후쿠오카 정착의 1단계는 완료되는 셈이다. 간략하게 다시 그 흐름을 살펴보면…

입국 -> UR단지 아파트 계약 -> 유초은행 계좌 개설 -> 한국 운전면허 번역 공증(가장 별 거 아닌데, 가장 짜증났음 ㅠㅠ) -> 아파트 열쇠 수령 -> 전입신고 -> 주민표 발급 -> 일본 면허증 교환 발급

이제 남은 건 유초은행에서 나오는 캐쉬카드를 받고 그걸 가지고 라쿠텐 모바일에 가서 전화 개통을 하는 것인데, 카드가 이번 주 내로 오느냐 마느냐가 아마도 이번 1차 체류 기간 동안의 마지막 고비가 될 거 같다. 앞으로 남은 단계들 역시 그리 만만치는 않다.

한국에 가서 20kg짜리 박스 27개 부치기와 재입국 후 내 비자 신청하기가 가장 벅찬 상대가 될 듯 한데, 내 재류카드가 나오고 이삿짐들이 무사히 도착하고 나서야 이 지난한 과정의 끝이 보일 듯 하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깅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과정 중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도 역시 다 지난 다음 돌아보며 정리를 하는 걸로. ;;

그래도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어찌 어찌 해결책을 찾아 그럭저럭 잘 온 거 같아, 면허를 받고 오는 길에 100엔 스시 집에 가서 조촐하게 30접시 정도로 재충전을 했다. 🙂 물론 스시집에서 숙소까지 30분 가까이 걸었기 때문에 지금도 뭔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없는 듯하여 오늘 보고 및 기록은 여기까지.

후쿠오카의 하늘도 나쁘지 않아. 🙂

D+5

여기는 후쿠오카.

서울에서 살던 집 정리와 청소를 떠나는 날 새벽 4시 반까지 하느라 제대로 녹초가 된 상태로 후쿠오카로 넘어왔다. 완전 정신까지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는데, 아내나 나나 모두 이스타 항공으로 출국을 하는 걸로 알고 이스타 쪽에 줄을 섰다가 거의 우리 순서가 다 되어서야 제주항공이라는 걸 알아내고 20분 가량 서있던 줄을 나와 제주항공 쪽으로 갈 정도였다. ㅠㅠ 오키나와에 갈 때는 1차 출국 항공사가 이스타, 2차가 제주항공이었고, 후쿠오카로 바꾸면서 그 반대가 되었는데, 최근 1주일간 그걸 기억하고 있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던 듯… ㅠㅠ

근데, 그 실수를 빼곤 도착 후 5일이 지나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순조로와 그 실수로 액땜을 했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올 때 거의 꽉 찬 비행기에서 유독 우리 앞과 옆, 그리고 내 뒤에 사람이 없었던 것. ㅋㅋ 다음 날 아침 일찍 보러간 집과 그 주변 환경도 맘에 들었고, 사람이 많겠지… 긴장하고 나간 주말의 텐진 거리는 딱 활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인파만 흐르고 있었다. 음식은 뭐 말 할 것도 없고… 🙂

우리가 어제 계약한 UR 주택은 무지루시와 콜라보로 리노베이션을 한 주택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라는 것만 빼면 딱 좋았는데, 계약을 하러 가서 담당자에게 들은 바로는,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4, 5층만 집중적으로 쿨하게 리노베이션을 하는 것이고, 우리도 그 유인책에 낚인 셈이라고 했다. 뭐, 한국에서 9년 동안 401호1를 오르락 내리락 했던 우리에겐 ‘젠젠’ 나쁘지 않은 미끼였다. ㅋㅋ

UR의 경우, 집을 보고 입주를 결정하면, 영업센터에 가서 입주신청을 하게 되고, 그 신청서의 내부 결제가 완료되면 2~3일 뒤에 다시 방문하여 계약을 체결한 뒤, 대략 1주일 정도 후에 열쇠를 받는다. 아내가 처리를 해서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모르는데, 내가 보기엔 현관문 열쇠 실린더를 바꾸는 등의 준비를 하는 시간인 거 같다.

현영 주택의 경우, 공사에서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주지만, UR은 단지 내에 관리사무소에 가서 열쇠를 받는데, 이 열쇠가 공용 열쇠였다. 비어있는 집들은 열쇠 하나로 다 열리는 것. 우리는 첫 날 우리가 찜했던 집 하나를 보고, 다음 날 찜하진 않았지만,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집 두 곳을 보았는데, 열쇠가 모두 같았다. 이미 청소도 다 되어있고 커텐만 임시로 달아놓은 거라 그것만 떼면 되니, 사람을 불러야 할 정도로 시간이 걸릴만한 것은 열쇠 뭉치 교환이 아닐까… 하는 싱거운 추측까지 할 정도로 간만에 여유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

가전제품,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다시 장만을 해야 하는데, 사야 할 것들이 많아 검색만 해도 지치지만, 그래도 돈을 쓰는 건 버는 것보다 쉽지. ㅋㅋ ㅠㅠ 일단 내일 태풍도 하나 지나간다 하고… 하루 더 푸욱 쉬고 모레부터 다시 움직이는 걸로.

이제 우리 집 베란다

D-1

드디어!

출발 하루 전이다.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만해도 정말 답답했는데, 이제 내일이면 후쿠오카로 간다. 물론 일단 3주간 머물며 집 문제를 해결한 다음 다시 한국으로 와서 1주일을 머물고 완전히 들어가게 되지만, 공식적으로 한국을 뜨는 날은 내일로 정했다.

9년간 살며 정든 상수동 집의 리노베이션에 관여를 하다보니 마지막 2주는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초토화된 상태로 지났다. 지금도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처럼 몸은 쑤시고, 맘은 날카로운 상태. 엘리베이터라도 있었다면 최소한 몸은 보전 했을 텐데…ㅠㅠ

그 와중에 짐을 싸다보니 박스가 하나 둘 늘어나 급기야 우체국 기준으로도 송료가 100만원을 넘어서게 되었다. 3주 뒤 다시 올 때까지 임시로 보관 중인 부모님 집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그래도 그걸 우체국으로 나를 생각을 하니 매우 깝깝해진 차에, 문득 부피를 재보았더니 2.3m3. 오! 그렇다면 해외이사 전문업체를 이용해도 3큐빅이 안 되니 기본요금만 내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잽싸게 두서너군데로 견적문의를 넣었다.

결론은 그냥 3주간 잘 쉬고, 힘내서 우체국으로 박스 26개를 나르는 걸로 했다. ㅠㅠ

이번에 안 건데, 보내는 주소 근처의 항구로 가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일단 요코하마로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후쿠오카에 배로 화물을 보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코하마에서 후쿠오카까지 가는 내륙 운송비가 실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통관을 내가 직접 진행 하거나 혹은 컨테이너 1개 분량의 화물이면 후쿠오카 옆의 시모노세키 항까지 보내줄 수는 있다는 업체도 있었지만… 그냥 보낼 때 고생 한 번 더 하는 걸로 하기로 한 것. 물론 입주가 유력한 집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집 앞까지 갖다준다고 해도 걸어서 날라야하겠지만…ㅠㅠ

여튼, 전문업체를 통해 후쿠오카로 해외 이사를 하실 경우, 한국과 가까워서 싸겠구나… 하는 생각은 접어 두셔야 한다는 점 말씀 드리면서… 다음 편은 후코오카 하늘 아래서 보내드리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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