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 배우자비자

기다림

어느덧 이민을 위해 한국을 떠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더 이상 날 수를 표시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보여서 앞으론 그 때 그 때 최선을 다해 그럴싸한 제목을 다는 걸로 분위기를 수정하기로 하였다. 오늘의 제목을 ‘기다림’으로 한 건, 일본 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마무리 되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의 과정 중에서 어쩌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국면이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정했다.

지금까지가 정해진 날짜나 기간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대략적인 기간만 있을 뿐, 명확히 지정된 날짜 없이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 갑자기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다. 물론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성공적인 일본 정착이라는 것 역시 기약이나 보장 같은 건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 익숙해져야 할 상황이긴 하다. 다들 아는 고사성어로 있는 척을 좀 하자면… 盡人事待天命.

여튼, 현재 나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그 ‘두 가지’는 바로 재류카드와 이삿짐이다. 이삿짐은 최악의 경우 싣고 오던 배가 침몰해서 다 잃어버린다고 해도 정착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 더 애를 태우고 있는 건 역시 재류카드라고 할 것이다.

지난 월요일 드디어 후쿠오카 입국관리국에 가서 재류자격변경허가 신청을 하고 왔다.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건 잘 알고 있었는데, 솔직히 좀 만만하게 생각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의외로 준비가 소홀했던 탓에, 막상 신청을 하러 가기까지 갑작스레 이것 저것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ㅠㅠ

만만하게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에서 보고 들은 바도 있고, 검색도 해 보니, 역시나 일본에서도 배우자 비자를 내어주는 데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결혼의 진위 여부. 만약 신혼부부였다면 모를까, 11년차인데… 하는 생각에 좀 느슨해졌던 거 같다.

지지난 주 한국 방문 전에 To do 리스트를 말끔하게 적어서 깔끔하게 일본 집에 두고 가는 바람에 ㅠㅠ 한국에 있던 내내 뭔가 빼먹은 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장 핵심적인 서류라고 할 수 있는 가족관계 증명서와 혼인 증명서의 발급.ㅠㅠ 인터넷 출력을 바로 떠올렸지만, 동시에 떠오른 건, 마포 경찰서 민원실에서 들었던 ‘일본 면허증 바꿀 때, 인터넷으로 출력한 경력증명서는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던데요?’였다.

프린터도 이삿짐으로 오고 있어서 없었지만, 마포 경찰서 민원실 직원에게 들은 그 얘기 때문에 마음은 매우 망설임의 상태가 되어버렸다. ㅠㅠ 그렇다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을 하기도 죄송스럽고… 해서 일단 프린터를 검색했더니, 고맙게도 캐논에서 3만원대의 프린터를 만들어 팔아주고 있었다. 이제 입국관리국에서 받아만 준다면, 죄송스럽게 한국에 부탁해서 EMS로 받는 비용 정도로 여기에서 스무스하게 처리를 할 수 있는 건데… 다행히! 입국관리국 측에서 결혼 11년차라면, 이미 일본인 배우자의 호적에 결혼 관련 내용이 다 반영이 되어 있으니, 한국 측 서류는 참고만 할 뿐이라 인터넷 다운로드 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프린터를 사고, 유사 엑티브 엑스 파일들을 디립다 깔고 나서 가족관계 증명서와 혼인관계 증명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얘기. ㅋㅋ

솔직히 지금 같거나 혹은 비슷한 절차를 밟으려고 준비하는 분들이 보기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고, 진짜 중요한 건 신청서를 어떻게 작성하였고, 주의할 것은 무엇인가…등등이라는 걸 잘 아는데, 아직은 나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처지라서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쓰려고 한다. 열라 아는 척하고 다 적었다가 빠꾸를 먹으면 블로깅을 포기할 지도 모를 정도로 쪽 팔릴테니 말이다. 아내와 같이 질문서를 쓰고 이유서를 쓰면서 느낀 점들이 몇가지 있는데, 그건 재류카드를 받고 나서 정리하는 걸로 하고, 만약 못 받으면… 그냥 제대로 준비를 안 해서 미끄러진 걸로 하려고 한다. ;;;

재류카드까지 나오고 좀 더 다양한 일본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정착기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일도 기다려야겠다.

이름이 길기도 하다. 재류자격변경허가신청서 ;;;

체크리스트 : 배우자 비자

“체크리스트”에서 이주와 정착에 필요한 과정과 절차들을 한 번 더 둘러보려고 합니다. 정보 제공의 목적보다는 최종 점검 차원에서 그동안 검색한 내용들을 정리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제공하는 내용은 제 개인적인 상황에 맞춰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결과이므로 정확성이나 보편성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나중에 정착후기를 기대해주세요. ^^;;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미국에서 결혼을 했기 때문에, 혼인과 관련한 행정 처리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더우기 결혼식도 나중으로 미루고, 뉴욕 시청사에서의 간단한 혼인 신고식1만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처리를 위해 태평양을 건너는 건 당연히 생각도 못했고…ㅠㅠ 그래서 우편으로 필요 서류들을 받고 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고, 최초 혼인 증명서가 제3국에서 발행된 탓에… 여튼 좀 복잡하게 진행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하고 2년 정도 미국에서 더 살다가 한국에 와서는 아내의 배우자 비자, F-6 비자를 신청했는데, 아내의 성을 바꾸느라 다시 한 번 번거로웠었다. 아내가 성을 바꾸었으니 여권도 바꿔야 하는데, 당시 아내의 여권 만료기간이 아직 많이 남았고, 비용도 비용이라 그냥 귀찮고 말자… 하면서 옛날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왔고, 그래서 처음 외국인 등록증엔 여권기준으로 원래 성이 찍혔고, 그걸로 만든 첫 통장에도 ‘안’대신 ‘나가시마’가 찍혔었다. 나중에 여권을 바꾸고 외국인 등록증은 바꿨는데, 은행 쪽은 생각보다 번거로워서 그냥 포기했…ㅠㅠ

간략하게 두 문단으로 적었지만, 실제 과정은 참으로 번거롭고 힘들었다. 내가 특별히 싫어하는 게 서류 왕창 챙기는 행정 처리인데, 이제 다시 그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ㅠㅠ 일본은 한국과 비교해서 행정의 강제력이 낮다고 해야 할까? 한 번 정해진 제도나 절차가 바뀌는 과정이 매우 지난하단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주민번호 같은, 보안상으론 불리하지만, 통제에는 유리한 그런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전산화도 더딘 거 같고, 또 그 외에도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어쨌든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여서 더 깝깝하다.^^;;

보통 일본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워홀이나 유학, 취업 등 비자를 먼저 받고 들어가는 경우엔 외국인 재류카드를 공항에서 받고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가지 행정 절차를 바로 밟을 수가 있다고 하고, 배우자 비자의 경우에도, 보통은 일본인이 일본 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비자를 미리 신청해서 받고 들어가던가, 아니면, 그냥 무비자로 입국하여 일본인 배우자의 주소지에서 재류자격 변경 절차를 밟으면 되는데, 우리는 상황이 좀 다르다.

아내가 일본을 떠나면서 주민등록의 해외 이전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돌아가 보통 일본인처럼 생활을 하기 위해선 다시 주민등록을 해야 하고 그럴려면 거주지가 있어야 하는데, 오사카 출신이라 현재 오키나와에 바로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이 없어서 주민등록이나 전입신고를 할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네이버 지식인을 통해 일본의 행정서사의 도움을 받아 정리한 배우자 비자를 받기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6월말 오키나와 입국 (무비자 / 방문목적 : 관광 / 기간 : 25일)2
2. 살 집을 구해서 계약한 다음, 아내의 전입신고.
3. 한국으로 일시 귀국 후, 오키나와에 재입국 (무비자 / 방문목적 : 친지방문 / 기간 : 65일)
4. 서류를 준비하여 재류자격 변경 신청.

아내가 혼자 먼저 가서 집을 구하고 비자를 신청하고, 난 기다리고 있다가 비자가 나오면 받아서 들어가면 물론 돈도 아끼고 편하긴 한데, 짧아도 두 달 정도는 충분히 걸리는 기간동안 떨어져 지내기도 싫고, 또 전에 얘기했던 거처럼 아내는 면허만 땄지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상태라 오키나와에서 혼자 다니기도 어렵고, 운전도 안 되는 아내가 혼자서 집안 살림을 장만하는 것도 무리이고, 그렇다고 나 올 때까지 빈 집에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ㅠㅠ  그래서 돈은 들지만 들락날락 하는 과정을 모두 둘이 계속 함께 움직이기로 한 것. ^^;

그냥 무비자에 관광목적으로 들어와서 배우자 비자로 변경하는 경우도 많이 보여서 우리도 그렇게 해볼까 했지만, 행정서사의 조언도 있었고, 또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는 오키나와에 지금 연고지가 없기 때문에 이삿짐을 미리 부치기도 애매한 상태라 그냥 집을 구해놓고 다시 한국으로 와서 구해놓은 집에다가 이삿짐을 부치고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

해외 이사 업체를 이용하면 집이 구해질 때까지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한 거 같은데, 우리는 애도 없고, 가구도 없어서 짐도 별로 없는데, 거기다 돈까지 없어서 우체국을 통해 배로 부치기로 했… ㅠㅠ 말 나온 김에 다음 편 주제는 “이사 이야기”로 결정. ^^;;

Powered by WordPress. Designed by WooThe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