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준비의 전략

방 한 칸짜리 작은 집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짐들을 팔고 버리고 싸고 하면서 빨리 이 지옥같은 과정이 지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두세달 전인데 아득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이젠 조심스레 정착이란 단어를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완벽하게 정착을 하려면 언어라는 벽을 넘어야 하지만, 이 블로그에서 그 과정까지 다룰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제 슬슬 후쿠오카 정착기도 마무리 수순을 밟기로 했다. 아마도 서너편 정도 관련 포스팅을 한 다음 본격적인 몬가제작소 블로그를 시작할 듯.

이민을 하기로 맘을 먹은 게 작년 말이었고, 재류카드를 받고 운전면허까지 받은 게 8월 중순이었으니 대략 9개월간의 이주 과정에서 역시나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서류준비라고 할 수 있겠다. 서류준비가 뭐가 어려워… 라고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텐데, 그런 분들은 이 블로그 내의 다른 글들을 읽던가, 다른 블로그로 가던가 하시고, 나처럼 서류를 준비하는 거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은 이 포스팅에 남아주시면 좋겠다. 단, 큰 기대는 금물. ^^;;

모든 서류 준비가 스트레스를 주는 건 아닐 것이다. 보통 그 준비한 서류를 ‘심사’하는 과정이 있어서 목적하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에 우리는 서류 준비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본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서류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건 5년 전에 협동조합 법인을 만들 때였는데, 이번에도 그보다는 좀 덜 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던 거 같다.

행정서사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면 수월했겠지만, 그 스트레스 강도 만큼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 주머니가 가벼운 입장에선 간단하게 선택하기도 어려운 일. ㅠㅠ 근데 왜 행정서사 같은 전문가들은 왜 그렇게 서류 준비를 잘 하고, 그들을 통하면 서류통과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일까? 나름대로 내린 엉성한 결론은 그들은 ‘심사’의 목적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특정 서류를 왜 보려고 하는 지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맞게 필요한 서류들을 적절하게 준비시킬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건, 조마조마 부실부실하게 준비한 서류들이 큰 문제 없이 한 번에 통과가 되고 나서였는데, 좀 허탈하기도 하고, 미리 그 ‘심사의 목적’에 대해 알았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이민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고비는 아무래도 집, 비자, 운전면허 이 세가지였다. 이 세가지 과정을 겪으면서 어렴풋이 알게 된 심사의 목적을 바탕으로 서류를 준비하는 쪽의 전략이랄까 자세에 대해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이건 절대로 내 주관적인 판단이니 당연히 그냥 ‘참고’만 하시길. ^^;;;;

1. 집
집을 계약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서류는 보증인 관련 서류였던 거 같다. 결국 우리도 그 허들을 넘지 못해 공공임대 주택으로 왔지만… ㅠㅠ 집을 당장 빌려야 하는 임차인 입장에선 치사하고 서운하지만, 임대인의 입장에선 임대수익의 보호를 위해 임차인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까지 책임을 확장함으로써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거란 생각을 해보면, 기본적으로 집 계약시에 이 보증과 관련해서는 진짜 경제능력이 검증되는 보증인을 내세우지 않는 한 해결이 안 될 거 같다. 심지어 보증인이 없어 찾아가는 보증회사에서 명칭만 다를 뿐 연대책임을 질 타인을 끌어들여야 하니 그런 사람이 없다면, 아예 UR처럼 보증이 필요없는 방법을 찾는 게 나을 거 같다.

2. 비자
배우자 비자 발급 심사의 목적은 말 그대로 신청인이 국적자의 배우자인지를 판단하는 것. 다시 말해 위장 결혼 여부를 파악하는 게 심사의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거기에 촛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생활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서류들을 과도하게 준비하는 경우를 보았는데, 영어를 얼마나 잘 하는 지 알아보려는 사람에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잔뜩 보여줘봐야 소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생계와 관련한 내용을 아예 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일본에서 변변한 직장이 없거나 재산이 충분하지 않다고 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진짜 위장 결혼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 경우도 통장 잔고 말고는 딱히 준비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별지에 생계와 관련한 계획을 간략히 적어서 첨부하는 걸로 끝이었다. 앞으로 일본에서 남편은 이런 이런 일을 계획하고 있고, 남편이 자리를 잡는대로 나도 일을 할 생각이다…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 계획 속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것까지 준비하진 않았다.

결혼 11년차이고 외국에서 결혼을 했고 외국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솔직히 갓 결혼한 신혼 부부들보다는 서류가 부족해도 유리하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말은 결국 실제로 다른 이유가 아니라 좋아해서 결혼을 했다는 것만 증명할 수 있다면 배우자 비자를 받는 건 어렵지 않고, 서류 준비의 촛점을 거기에 맞추면 될 거란 생각.

3. 운전면허
운전면허 교환 발급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건 외국에서 면허를 발급받고 그 나라에 90일상 체류를 했는 지 여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그걸 증명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ㄱ. 여권 (운전면허 발급 후 사용한 여권 모두)
ㄴ. 출입국 사실 증명서 (운전면허 발급일이 포함되도록 신청. 면허발급 이후 자동출입국 신청을 했으면 반드시 준비.)
ㄷ. 운전 경력 증명서 (여기에 최초 면허 발급일이 적혀있기 때문에 중간에 면허를 갱신한 사람은 가급적 반드시 준비할 것. )

정리하면, 여권이 다 있으면 굳이 출입국 사실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출입국 사실 증명서가 있으면 굳이 옛날 여권을 다 가져갈 필요없다. 운전 경력 증명서에 사고나 위반 내용이 있어서 혹시 몰라 제출을 안 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일본 운전 면허 교환 발급의 조건은 90일 이상 체류자이지, 무사고 경력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거 같다. (100프로 확신을 못하는 이유는 내 경력 증명서가 깨끗했기 때문…^^;;;)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류를 준비할 때 여러가지로 번거롭고 힘들지만, 심사의 목적과 의도를 먼저 파악한 다음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스트레스는 덜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노파심에 한 번 더 적으면… 운전면허 교환 후기에서도 적었지만,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들은 지역에 따라 다르고 시기에 따라 더 이상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여기 적은 정보도 참고만 하시고, 가급적 거주지의 관할 관공서나 상담 센터 등을 찾아 문의하는 걸 빼먹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모든 서류 준비자들, 화이팅! 🙂

오늘 도착한 마이남바. 어느 나라처럼 공공 정보가 되지 않으면 좋겠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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