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

제목에 적은 D의 D-day는 17년 6월 27일. 그러니까, 후쿠오카 이민을 위해 처음 후쿠오카로 떠난 날을 의미한다. D-day로부터 23일간 미나미 후쿠오카역 근처에 있는 에어비엔비 숙소를 전진기지 삼아 집과 기초적인 생필품 장만을 마치고, 지난 20일 우리 부부는 한국으로 일시 귀국을 하였고, 다시 한 번 스트레스 충만한 5일을 보낸 뒤, 드디어 어제 영구 정착을 위한 재입국까지 마쳤다.

후쿠오카 새 집에서 첫 밤을 지내고 일어난 소감은…’아츠이’;;;ㅠㅠ 떠나기 4일 전에 구입했던 에어컨이 우리가 한국에 다녀오는 일정 때문에 살짝 다시 밀려서 내일 오전에야 설치가 가능한 걸로 되어 버렸기 때문에, 오늘 하루 더 후끈한 후쿠오카의 여름을 맨 몸으로 버텨야 한다. ㅠㅠ 그래도 그것만 빼면 ‘매우 만족’. 🙂

지난 포스트를 올리기 전까지의 과정이 그냥 커피였다면, 이후 약 2주간의 과정은 그야말로 티*피였다고나 할까. 아내의 면허증이 나오고 전화까지 새로 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동안 눈팅만 해오던 가구며 가전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는데, 이어지는 검색과 발품에 입에서 단내와 더불어 왠지 욕이 나올 것만 같은 상태까지 가서야 테레비며, 냉장고, 소파 같은 물건들의 구비가 끝났고, 한 숨 돌릴만 하니,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가 이삿짐을 부쳐야 할 시점이 되었다.

너어무 정신이 없어서 과정을 사진에 담을 시간이 없었던 건 아니고, 스트레스가 만땅이라 기록은 생략했기 때문에 나중에 짐이 무사히 오면 다시 포스팅을 할 계획이지만, 우체국에서 선편소포를 이용해 해외로 이삿짐을 보내면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바로 송장이었다. 간단히 얘기해서 우리는 송장 덕분에 27개의 박스를 모두 열었다 다시 싸야 했다. ㅠㅠ

6~7개의 박스를 열어서 내용물 갯수를 세고 다시 싸서 근처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반 정도. 그나마 싼타모를 쓸 수 있어서 4번 정도만 나르면 되었는데, 결국 그 4번째는 출국 당일 오전에야 가능했기 때문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어서 당분간 필요 없…으면 좋을 정도로 충분한 스트레스의 세례를 받고 왔다. ㅠㅠ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인천 공항에서부터 집에 오기까지 예상 외로 붐비지 않았고, 체류기간을 60일 이상으로 적고 입국하는 건 처음이라 조마조마 했는데, 역시 생각보다 수월하게 입국 허가를 받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입국 얘기만 간단히 더 하면… 예전에 체크리스트에서 적었는 지 모르겠지만, 이번 이주 과정에서 입국을 2번 하게 된 건 이삿짐 문제도 있었지만, 나의 체류 목적도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번 1차 체류 기간의 목적은 여행. (물론 이 때에도 23일을 적어냈기 때문에 입국 심사관이 누구랑 왔느냐 정말 목적이 관광이냐 등등을 물어 보았었다.) 그리고 이번엔 목적이 ‘친지방문’이다.

외국에서 한 10년을 살다보면, 특히 불안정한 체류신분으로 살다보면, 대략 이민관련 규정들에 대해 변호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파악을 하게 되는데, 내가 파악한 바로는 입국 후에 체류 신분을 바꾸는 건 항상 입국 전에 해당 비자를 받고 들어오는 것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 간단히 얘기해서 입국 목적을 속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 거 같은데, 여튼 관광으로 들어와서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는 것보다, 친지(배우자)를 방문하러 와서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는 게 보다 앞 뒤가 잘 맞는 모양새라는 것.

아니나 다를까, 입국 심사관은 65일이나 적어낸 체류 기간에 의문을 제기했고, 그냥 난 솔직하게 이번에 재류자격 변경을 신청할 거라고 했다. 처음에 입국 카드에 적어 낸 아내의 이름을 보고 관계를 묻는 질문이 귀에 쏙 들어오는 바람에 일본어로 대답했다가 갑자기 복잡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야스미’라는 단어가 들렸다.

아, 야스미는 휴식이라는 말이었던 거 같은데… 그냥 와이프 집에서 쉬는 거냐고 묻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심사관은 ‘야스미다케?’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순간적으로 ‘야스미다케쟈나이데스’가 내 입에서 나왔다. 사실상 내 일본어는 거기까지였는데, 순서상 심사관은 ‘그럼 뭔 일로?’를 물어볼 차례이고, 난 휴식 이외의 이유를 들이대어야 했던 것.

일본말로 뭐라고 답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걍 영어로 이번에 재류자격을 변경 시도를 할 거라고 하고 덧붙여서 결혼 11년차고 한국에서 9년을 살았고 어쩌구 저쩌구 말을 많이 하니까 심사관이 살짝 상황을 수습하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서 무사히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ㅋㅋ 🙂

이제 넘어야 할 큰 산은 나의 재류카드 획득이다…인데, 일단 이번 주는 진짜로 좀 쉬기로 했다. 오늘은 에어컨이 없는데 무리하지 말고 그냥 선풍기와 테레비와 지내고, 서류를 작성하더라도 에어컨이 온 다음에 하려는 것. ;; 생각보다 터널이 길다는 생각에 끝이 보이니 더욱 조바심이 나고 피로가 쉽게 쌓이는 거 같지만, 그래도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뿌듯함도 생기니 그걸로 힘을 내는 걸로.

파. 이. 팅.

파나소닉 밥솥을 업은 나의 마마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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