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로 간다.

후쿠오카는 오이타에 있는 아내의 외가에 가기 위해 들리는 곳이란 이미지 밖에 없다. 나에겐 하카타 역에서 오사카행 신칸센을 타기 위해 역사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낸 게 후쿠오카 체류의 전부였고, 아내도 그런 식으로 후쿠오카를 스치듯 지나기만 하였다. 근데 왜 후쿠오카인가.

맨 처음 오키나와에서 정착하기 위해 하려고 했던 건 “김밥 장사”였다. 20년 넘게 영상을 만지던 놈이 하기엔 좀 뜬금 없지만, 영상에 좀 지치기도 했고, 당장 의사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영상으로 오키나와에 정착을 하는 건 더 뜬금이 없는 일이라, 가급적 의식주와 관련된 아이템을 골라 조금씩 배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2년 정도 음식과 외식 관련 업계에 있다보니 김밥이란 아이템이 만만해 보인 것도 있었고… 여튼 살짝 색다른 김밥 아이디어도 있었고, 괜찮을 거 같았다. 

근데, 문제는 내 기술이나 경험 같은 게 아니었다. 올 초 오키나와 구석구석을 돌면서 답사를 해 본 결과, 위치가 조금만 좋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 파리를 상대로 장사를 하기 딱 알맞는 곳이 오키나와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김밥으로 천국을 만들거나 오키나와에서 갑부가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고, 생계에 지장이 없을 정도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지만, 그게 좀 많이 불안해 보였던 거다.

물론 좋은 위치에 가게를 차릴만큼의 여유는 없었기 때문에 고민이 커졌다. 그러다가, 내 재류자격 변경과 관련하여 상담차 들렀던 입국관리국에서 만난 한 사람으로 인해 우리는 일단 김밥을 내려놓고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한국 여자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한 일본 남자였는데, 서울에서 약 8년동안 오코노미야키 집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력의 소유자였다. 작년에 건물주가 가게세를 과도하게 올려달라고 해서 결국 가게를 접은, 한국에선 흔한 스토리도 갖고 있었는데, 그 때 여행을 와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던 오키나와로 오기로 하고 와서 가게 준비를 하고 있던 차였다. 그게 1월 말이었다. 

그가 준비하던 가게가 우리가 묶던 호텔과 가까운 곳이라 우연히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오키나와에서 가게를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웠던 점들에 대해 들을 수 있었고, 나중에 오면 한 수 가르침을 부탁하기도 했고, 라인 아이디도 교환하면서 잘 지내보기로 했다. 외식업에 완전 초짜였던 우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오키나와로 갈 날이 80일 정도 남았을 때, 아내는 그에게 안부를 물었는데,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2월 초에 가게를 오픈 한 그는 한 달 정도 운영 후 5천만원 이상 들어갔다던 가게를 접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 온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장사가 되지도 않고, 잘 될 기미도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줄을 서야 먹는 가게를 운영했던 사람으로서는 적지 않은 충격이었던 거 같다. 그가 했던 얘기 중의 하나가 “사람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한 번 온 손님을 반드시 단골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의 가게는 나하 시내 최대 번화가라 할 수 있는 국제거리의 시작점인 현청 앞에서 서쪽으로 두 세 블럭 들어와 있는, 내가 보기엔 그렇게 나쁜 위치도 아니었지만, 한 달만에 장사를 접을 정도로 뭔가 안 좋았던 거 같다. 

물론, 다른 더 중대한 이유가 있는데, 거의 남과 다르지 않은 우리에게 장사를 이유로 댔는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우리는 이를 계기로 다시 원점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고, 일단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영상으로 다시 먹고 살 방법을 찾아 보기로 했는데, 역시 내 일본어 실력이 걸림돌이 되어 어떻게 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답답한 하루하루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것이 구매대행업이었다. 

혹시라도 일본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영상일이 있나 구인사이트를 열심히 살피기 시작했는데, 한 쇼핑 포털 회사에서 영상 프로모터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았다. 해외 직구로 특화된 회사였다. 지원을 했는데 면접까지 보게 되었고, 면접을 보고 오는 길에 이거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 회사와는 일단 오키나와로 넘어가 자리를 잡은 다음 다시 연락을 하기로 했는데, 꼭 그 회사와 같이 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셀러가 되는 게 여러가지로 흥미도 있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왼쪽 메뉴에 있는 ‘쇼핑 지원실’에 관련 내용이 올라올 예정)

처음엔 일단 집에서 영상으로 리뷰를 만들고, 구매대행으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확장을 하여 직접 아이템들을 발굴하여 판매하는 쪽으로 가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런 생각을 해 갈수록 오키나와에 대한 동경은 쇼핑, 물류와 관련해선 여러가지로 불리함을 가진 오키나와의 현실로 인해 조금씩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가장 유리한 곳은 도쿄 혹은 최소한 수도권이겠지만, 부담스런 정착비용도 비용이고, 아무리 일 때문이라곤 하지만, 오키나와에서 가지려고 했던 여유로운 삶에 대한 기대까지 모두 버리고 인간들이 바글거리는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오사카는 아내가 자란 곳이라 설레임이 없고, 내가 좋아하는 삿포로는 추위를 싫어하는 아내 때문에 탈락…

그러다 문득, 요즘 후쿠오카가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생기는 곳이고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란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한국과도 가까우니 한국인들을 상대로 구매대행을 할 때 아무래도 유리할 거 같기도 했다. 부랴부랴 부동산 시세를 찾아보니, 오키나와와 비교하여 관리비 등은 조금 비쌌지만, 전체적으로 집세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심지어, 전에 언급했던 운전면허를 바꾸기도 간단하고…ㅋㅋ 

며칠동안 아내와 이런 저런 상황들을 상정해가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아내도 나도 오키나와의 하늘과 바다는 쉽게 잊혀질 수 있는 그런 기억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정이 더 쉽지 않았지만, 내가 일본에 적응을 하기에도 후쿠오카가 수월할 듯 하니, 열심히 적응하고 자리를 잡고, 오키나와는 그 다음에 좀 더 여유롭게 가는 걸로, 그러니까 포기가 아니라 뒤로 미루는 걸로 하고, 드디어 후쿠오카에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다. 

솔직히 오키나와에 가기로 했을 땐, 가서 주말에 뭐하고 놀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일과 관련한 생각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후쿠오카도 먹거리가 훌륭한 곳이니 그에 대한 기대는 이미 차고 넘치는 중이지만… ^^;; 

행선지만 바뀌었지, 나머지 절차는 크게 달라질 게 없으니, 체크리스트를 비롯하여 이주 및 정착기는 계속해서 업데이트 할 예정이니, 관심 요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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